아이리버 게임기?
iriverCEO님의 글을 트랙백합니다. 스펙 발표도 어제 있었고 해서 이슈성도 충분한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레인콤 제품이라고는 imp-100 하나 써 보았습니다. 레인콤이 한창 플래쉬형 플레이어로 재미 보고 있을 동안 md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 사실 imp-100이 외도였습니다. -- 구입해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제품들을 가지고 놀아본 적이 없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꽤나 장시간 사용한 적은 많았습니다. 단지 아이리버 브랜드를 달고 나온 제품은 딱히 지르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주력으로 사용하는 기기는 iPod U2 Color Edition입니다. iriverCEO님께는 죄송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읽는 독자들에게는 글이 긴 편이라 숫자를 붙여 쓰는 편이 집중력 유지와 요점 파악에 용이하다는 사실 잘 알고 있습니다. 즐기지 않는 글쓰기 법이라도 니즈에 맞춰 가보겠습니다. 마음이야 언제 바뀔지 모르는 일이지만 제 문체에 익숙해지는 독자분들이 늘어나실 때까지 일단은 말입니다.
1. 간략히 살펴보는 아이리버의 역사
심하게 축약합니다. imp-100을 통한 임팩트감 넘치는 데뷔 이후, 얼리어답터들과의 소통을 통해 끊임없는 제품 개선과 신제품 개발로 인지도를 키웠습니다. 이후 mp3cdp가 대세를 이루던 당시의 경향에서 과감히 탈피, 이노 디자인과의 제휴를 통해 개발한 전무후무한 히트 디자인인 프리즘 스타일을 베이스로 하여 엄청난 성공을 거둡니다. 이후 국내에서의 탄탄한 지지 기반을 바탕으로 현재의 거대한 회사에 이르렀습니다. 하드형 라인업으로의 전환 미숙과 아이팟 나노로 인해 최근 잡음이 많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부동의 1위 그리고 젠 마이크로와 더불어 세계 시장에서 애플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이한 브랜드로 꼽힙니다.
2. 한 번의 성공, 한 번의 실패.
간략한 역사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부분은 바로 플래쉬 메모리형 플레이어로의 전환을 꾀한 부분입니다. 당시 레인콤은 잘 나가는 슬림엑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혁신을 통해 더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 성공은 곧 레인콤에게 혁신을 이루어 낸 경험과 역량이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1번에서 지적한 부분인 하드형 라인업으로의 전환 미숙은 앞선 의미를 무색하게 합니다. 이 때에는 프리즘 스타일을 개발한 모습은 찾아 보기 힘들어져서 업계 신규 사업자인 애플의 아이팟에게 완전히 압도당하고 맙니다. 아이팟이 워낙 도미넌트한 물건이기도 하고, 레인콤의 대응이 다소 안이했다는 생각도 합니다.
3. 의외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 아이리버 게임기
모바일 3D 표준안 속빈강정 될라 - 2005년 8월 17일. 전자신문
모바일 3D 표준화 포럼의 회장은 레인콤입니다. 이 기사를 보고 레인콤의 포터블 게임기가 3DO의 모델을 고려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플랫폼 규격을 오픈하고 기기 생산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했던 3DO는 그 덕택에 나름대로 충분한 써드파티들을 확보할 수는 있었으나, 높은 가격과 뒤떨어지는 스펙을 가진 게임기들이 중구난방한 탓에 실패를 거듭하고 결국 망해버립니다. 이와 비슷한 형태가 후대에 활용될 뻔 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MS의 웹TV라는 녀석입니다. 이 녀석은 MS 내부에서 xbox와 치열한 사내 경쟁을 하다가 비지니스 모델의 실효성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결국 도태되고 맙니다. -- 최근에 다시 부활했으나 게임 기능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 이 프로젝트 구성원들의 주축은 3DO 개발팀의 일부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4. 아이리버 게임기의 하드웨어 스펙과 의구심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은 400MHz의 AMD 모바일 CPU, 64 or 128MB의 메모리, 최소 3.5인치 이상 VGA급 와이드 LCD, 4GB ~ 8GB 대의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SD카드 슬롯, 초당 1250만 폴리곤 처리능력을 지닌 3D 가속 칩, Wi-fi, Wibro, 3시간 연속 작동 가능한 배터리, usb 2.0 그리고 말이 많은 바로 크로스플랫폼 입니다.
공개된 스펙만으로는 현존하는 어느 휴대용 게임기에 밀리지 않습니다. 문제가 되어 보이는 부분은 ETRI와의 공동 개발이라는 3D 가속 칩과 Wibro를 이용할 계획이라는 크로스플랫폼입니다.
ETRI의 개발 능력은 외계인 수준입니다. 기술이 뛰어나서 외계인이 아니라 최신 트렌드와 전혀 맞지 않아서 외계인이라고 부릅니다. 실제 개발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저 전해 들은 이야기를 다시 풀어 놓는 수준에 머무는 말이지만 사실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 ETRI는 Dream3D라는 이름으로 두 개의 엔진을 발표했습니다. 처음은 온라인용 범용 3D 엔진이었고, 다음은 PS2용 3D 엔진이었습니다. 개발비는 각각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이 투입되었는데 성능은 모두 언급하기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작년 두 번째 Dream3D가 공개되었을 때 개발하시는 분들의 반응은 "100년이 지나도 발전이 없을꺼다!!" 이었는데 이번은 어느 수준일지 궁금합니다.
Wibro 역시 내년 8월이라면 상용화가 되지 못할 것입니다. 레인콤 측에서 발표한 내용처럼 '크로스-플랫폼cross-platform' 을 할 수 있으려면 와이브로가 필수일텐데 말입니다. KT와의 제휴면 설마 이번에도 급한김에 넷스팟입니까? 넷스팟을 통해 어디에서나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던 플레이어는 행방이 묘연합니다.
하나 더 짚고 싶은 점은, 4GB가 언급되고 있으면 과연 어느 게임을 돌리려고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동일한 용량을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PC용 MMORPG들의 최근 설치 용량은 상당히 대용량입니다. 리핑된 psp용 RPG 게임의 UMD 이미지 파일 용량을 생각해도 어폐가 맞지 않습니다. 양덕준씨께서 psp를 두 대나 가지고 노신다니 이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 카트라이더 전용 머신을 만들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사족이지만 만드는 김에 디스플레이는 4인치 이상, 하드는 없애고 MLC를 채용하여 무게와 배터리 시간 둘 다 해결했으면 좋겠습니다.
5. 크로스-플랫폼. 하고 싶어서 하십니까?
외부인인 저로서는 레인콤 미래전략연구소에서 어떤 전망과 외부 컨설팅을 통해 크로스-플랫폼의 결정을 내렸는지 상세한 이유를 알 수는 없습니다. 아무런 정보 없이 현재까지 공개된 스펙만 보고 판단할 때 유비쿼터스적 발상을 가지고 새로이 게임기 산업에 진출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것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컨버전스가 대세이고, 전세계적인 시장을 바라본다면 스탠드 얼론형 콘솔 게임기를 만들어서 nds나 micro gba, psp를 이긴다는 말은 어불성설입니다.
허나 컨버전스는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백색가전 분야에서 여러 IT 기술들을 접목시킨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은 두 기업이 백색가전 분야에도, IT 관련 분야에도 많은 노하우와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레인콤이 게임기와 wibro 양쪽 모두에 충분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결국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생아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부 스탠드 얼론형인 녀석들과 비교하기는 미안하지만 gxg나 gpang이나 다 이상한 것들만 나와 버리지 않았습니까. 세계에서 가장 큰 셀 폰 회사인 노키아에서 만든 폰과 게임기의 결합 모델의 예도 있습니다. 노키아 측은 써드파티도 충분히 확보했다고 자신만만했지만 가장 네임밸류가 높은 타이틀인 툼레이더가 3,000 카피 정도 팔렸습니다.
사생아의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는 공개된 스펙만 보아도 온라인 게임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떨어져 보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내 온라인 게임의 대세는 MMORPG와 캐쥬얼 게임으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psp형의 컨트롤러로는 MMORPG를 플레이 하기에 무리가 많습니다. 쉽게 생각해 리니지나 디아블로를 콘솔로 플레이 한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크로스-플랫폼이 완벽하게 성공하여 PC의 게임이 그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마우스를 사용한 전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게임 설계 당시부터 충분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MMORPG가 아니면 역시 가능한 대안은 캐쥬얼 게임인데, 그럼 정말 카트라이더 전용 머신입니까?
위 문제들은 아이리버 게임기만의 특성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게임이 PC와 콘솔 양 쪽으로 동시 발매가 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입니다. 문제는, 절대 간단히 되지 않습니다.
6. "초기 아타리(Atari)사가 진행했던 지원 방식과 비슷한 개방형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
1977년 아타리 VCS가 출시 이후 2년간 맥을 못 추다가 갑자기 큰 성공을 거둔 배경은 '스페이스 인베이더Space Invader' 의 인기에 기인합니다. 이 일에서 교훈을 얻은 콘솔 개발사들은 새로운 콘솔 플랫폼과 함께 '동시 발매' 타이틀을 발매합니다. 아는 범위가 부족해서 모르고 있는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아이리버 게임기의 데브킷Dev-kit이 국내 게임 개발사들에 보급되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다.
7.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일 정도는 어렵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문제를 모두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정말로 카트라이더를 동발하고, 메이플 스토리를 위시한 캐쥬얼 게임들을 전부 컨버전하여 내어 놓는다면 국내 시장에서의 승산은 높습니다. 분명히 충분한 시장이 존재하고, 안정적 수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스펙이나 컨트롤러도 모두 충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에 '동반 수출' 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잘만 된다면 레인콤과 게임 제작사가 시너지 효과를 내며 함께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이 정도가 된다면 해외 유명 개발사들이 써드파티로 참가하고 싶다는 의견을 발표할 것입니다. 레인콤도 이러한 활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사에 나온 "레인콤은 향후 출시될 휴대용 게임기의 주 사용자 층을 전문 유저 보다는 대중 유저에 초점 맞추고 있다." 라는 문장이 이 추측에 힘을 실어줍니다.
그러나 언제나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일이 쉽게 되지는 않습니다. 캐쥬얼 게임의 주 대상인 초, 중, 고등학생에게 30만원은 큰 부담입니다. 게다가 같은 가격 또는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는 psp나 nds, micro gba라는 경쟁자들도 있습니다.
8. 레인콤이 플래쉬 메모리형 플레이어를 발표했을 때 정도의 기지를 발휘해주길 바랬습니다.
레인콤이 포터블 게임기의 개발을 발표하고, 스펙이 나온 지금까지도 예전만큼의 강한 느낌이 오지 않습니다. 레인콤이라면 적당한 물건을 만들어 낼 수는 있겠지만 그 물건으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폴리곤 처리 능력만 부각시킨다면 psp에 밀리고, 타 플랫폼과의 연동은 초보적인 레벨이지만 닌텐도에서 시도했었던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레인콤은 새로운 블루 오션을 개척하는 입장이 아니라 단순한 후발주자 중 한 명에 불과합니다.
스펙과 기사를 통해 전달되는 레인콤의 기세는 플래쉬 메모리형 플레이어를 만들 때의 패기가 아니라 당시 상황에 안주하고 호황세를 유지하려 애쓰던 하드형 플레이어 때와 더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현재의 레인콤은 플래쉬 메모리형 플레이어를 개발할 당시처럼 유연한 중소기업도 아니고, 모험을 걸만한 크기의 기업도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 레인콤의 상황은 혁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2005년 1분기 적자, 다시 2분기에 흑자로 전환이라지만 사실은 마케팅 비용의 감소가 큰 몫을 했습니다. [2분기에 집행해야 할 비용을 회계 처리하지 않고 3분기로 이월시켜 만들어 낸 의도된 흑자라는 의견도 있지만 관계 당사자가 아니면 모르는 부분이라 지지하지는 않습니다.]
9. 레인콤이 성공을 거두길 빕니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고, 실제로 생각하기에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언급한 것처럼 성공의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레인콤에 대한 이미지는 언제나 좋았습니다. 벤처로 시작해서 소비자의 의견을 잘 반영하고 발전을 꾀하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합니다. 제품들도 항상 업계 선도적 제품들이었는데 약간의 매너리즘에 사로잡히고 나서 위기가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 왔습니다. 포터블 게임기를 돌파구로 잡은 이상 하나의 소재에 매진해 세상을 놀라게 해 주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기원합니다. 다시 한 번 레인콤 제품에 의해 가슴이 설렐 수 있기를.
더하는 이야기.
글을 쓸 때에는 이글루스에서 비공개 설정을 활성화 시키고 중간에 저장을 해가며 작성합니다. 평상시와 같이 도입부를 쓰고 저장을 했는데 트랙백을 지우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그 덕택에 시간에 쫒겨 허겁지겁 작성하느라 구조는 엉성하고, 풀어 놓은 말은 너저분한데 정선되지 않은 글이 되었습니다. 중간에 점심 시간도 있고 해서 여러모로 지체된 점 이 자리를 빌어 다시 사과드립니다.
2005년 9월 23일
iriverCEO님의 글을 트랙백합니다. 스펙 발표도 어제 있었고 해서 이슈성도 충분한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레인콤 제품이라고는 imp-100 하나 써 보았습니다. 레인콤이 한창 플래쉬형 플레이어로 재미 보고 있을 동안 md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 사실 imp-100이 외도였습니다. -- 구입해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제품들을 가지고 놀아본 적이 없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꽤나 장시간 사용한 적은 많았습니다. 단지 아이리버 브랜드를 달고 나온 제품은 딱히 지르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주력으로 사용하는 기기는 iPod U2 Color Edition입니다. iriverCEO님께는 죄송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읽는 독자들에게는 글이 긴 편이라 숫자를 붙여 쓰는 편이 집중력 유지와 요점 파악에 용이하다는 사실 잘 알고 있습니다. 즐기지 않는 글쓰기 법이라도 니즈에 맞춰 가보겠습니다. 마음이야 언제 바뀔지 모르는 일이지만 제 문체에 익숙해지는 독자분들이 늘어나실 때까지 일단은 말입니다.
1. 간략히 살펴보는 아이리버의 역사
심하게 축약합니다. imp-100을 통한 임팩트감 넘치는 데뷔 이후, 얼리어답터들과의 소통을 통해 끊임없는 제품 개선과 신제품 개발로 인지도를 키웠습니다. 이후 mp3cdp가 대세를 이루던 당시의 경향에서 과감히 탈피, 이노 디자인과의 제휴를 통해 개발한 전무후무한 히트 디자인인 프리즘 스타일을 베이스로 하여 엄청난 성공을 거둡니다. 이후 국내에서의 탄탄한 지지 기반을 바탕으로 현재의 거대한 회사에 이르렀습니다. 하드형 라인업으로의 전환 미숙과 아이팟 나노로 인해 최근 잡음이 많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부동의 1위 그리고 젠 마이크로와 더불어 세계 시장에서 애플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이한 브랜드로 꼽힙니다.
2. 한 번의 성공, 한 번의 실패.
간략한 역사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부분은 바로 플래쉬 메모리형 플레이어로의 전환을 꾀한 부분입니다. 당시 레인콤은 잘 나가는 슬림엑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혁신을 통해 더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 성공은 곧 레인콤에게 혁신을 이루어 낸 경험과 역량이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1번에서 지적한 부분인 하드형 라인업으로의 전환 미숙은 앞선 의미를 무색하게 합니다. 이 때에는 프리즘 스타일을 개발한 모습은 찾아 보기 힘들어져서 업계 신규 사업자인 애플의 아이팟에게 완전히 압도당하고 맙니다. 아이팟이 워낙 도미넌트한 물건이기도 하고, 레인콤의 대응이 다소 안이했다는 생각도 합니다.
3. 의외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 아이리버 게임기
모바일 3D 표준안 속빈강정 될라 - 2005년 8월 17일. 전자신문
모바일 3D 표준화 포럼의 회장은 레인콤입니다. 이 기사를 보고 레인콤의 포터블 게임기가 3DO의 모델을 고려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플랫폼 규격을 오픈하고 기기 생산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했던 3DO는 그 덕택에 나름대로 충분한 써드파티들을 확보할 수는 있었으나, 높은 가격과 뒤떨어지는 스펙을 가진 게임기들이 중구난방한 탓에 실패를 거듭하고 결국 망해버립니다. 이와 비슷한 형태가 후대에 활용될 뻔 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MS의 웹TV라는 녀석입니다. 이 녀석은 MS 내부에서 xbox와 치열한 사내 경쟁을 하다가 비지니스 모델의 실효성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결국 도태되고 맙니다. -- 최근에 다시 부활했으나 게임 기능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 이 프로젝트 구성원들의 주축은 3DO 개발팀의 일부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4. 아이리버 게임기의 하드웨어 스펙과 의구심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은 400MHz의 AMD 모바일 CPU, 64 or 128MB의 메모리, 최소 3.5인치 이상 VGA급 와이드 LCD, 4GB ~ 8GB 대의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SD카드 슬롯, 초당 1250만 폴리곤 처리능력을 지닌 3D 가속 칩, Wi-fi, Wibro, 3시간 연속 작동 가능한 배터리, usb 2.0 그리고 말이 많은 바로 크로스플랫폼 입니다.
공개된 스펙만으로는 현존하는 어느 휴대용 게임기에 밀리지 않습니다. 문제가 되어 보이는 부분은 ETRI와의 공동 개발이라는 3D 가속 칩과 Wibro를 이용할 계획이라는 크로스플랫폼입니다.
ETRI의 개발 능력은 외계인 수준입니다. 기술이 뛰어나서 외계인이 아니라 최신 트렌드와 전혀 맞지 않아서 외계인이라고 부릅니다. 실제 개발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저 전해 들은 이야기를 다시 풀어 놓는 수준에 머무는 말이지만 사실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 ETRI는 Dream3D라는 이름으로 두 개의 엔진을 발표했습니다. 처음은 온라인용 범용 3D 엔진이었고, 다음은 PS2용 3D 엔진이었습니다. 개발비는 각각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이 투입되었는데 성능은 모두 언급하기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작년 두 번째 Dream3D가 공개되었을 때 개발하시는 분들의 반응은 "100년이 지나도 발전이 없을꺼다!!" 이었는데 이번은 어느 수준일지 궁금합니다.
Wibro 역시 내년 8월이라면 상용화가 되지 못할 것입니다. 레인콤 측에서 발표한 내용처럼 '크로스-플랫폼cross-platform' 을 할 수 있으려면 와이브로가 필수일텐데 말입니다. KT와의 제휴면 설마 이번에도 급한김에 넷스팟입니까? 넷스팟을 통해 어디에서나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던 플레이어는 행방이 묘연합니다.
하나 더 짚고 싶은 점은, 4GB가 언급되고 있으면 과연 어느 게임을 돌리려고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동일한 용량을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PC용 MMORPG들의 최근 설치 용량은 상당히 대용량입니다. 리핑된 psp용 RPG 게임의 UMD 이미지 파일 용량을 생각해도 어폐가 맞지 않습니다. 양덕준씨께서 psp를 두 대나 가지고 노신다니 이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 카트라이더 전용 머신을 만들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사족이지만 만드는 김에 디스플레이는 4인치 이상, 하드는 없애고 MLC를 채용하여 무게와 배터리 시간 둘 다 해결했으면 좋겠습니다.
5. 크로스-플랫폼. 하고 싶어서 하십니까?
외부인인 저로서는 레인콤 미래전략연구소에서 어떤 전망과 외부 컨설팅을 통해 크로스-플랫폼의 결정을 내렸는지 상세한 이유를 알 수는 없습니다. 아무런 정보 없이 현재까지 공개된 스펙만 보고 판단할 때 유비쿼터스적 발상을 가지고 새로이 게임기 산업에 진출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것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컨버전스가 대세이고, 전세계적인 시장을 바라본다면 스탠드 얼론형 콘솔 게임기를 만들어서 nds나 micro gba, psp를 이긴다는 말은 어불성설입니다.
허나 컨버전스는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백색가전 분야에서 여러 IT 기술들을 접목시킨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은 두 기업이 백색가전 분야에도, IT 관련 분야에도 많은 노하우와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레인콤이 게임기와 wibro 양쪽 모두에 충분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결국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생아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부 스탠드 얼론형인 녀석들과 비교하기는 미안하지만 gxg나 gpang이나 다 이상한 것들만 나와 버리지 않았습니까. 세계에서 가장 큰 셀 폰 회사인 노키아에서 만든 폰과 게임기의 결합 모델의 예도 있습니다. 노키아 측은 써드파티도 충분히 확보했다고 자신만만했지만 가장 네임밸류가 높은 타이틀인 툼레이더가 3,000 카피 정도 팔렸습니다.
사생아의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는 공개된 스펙만 보아도 온라인 게임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떨어져 보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내 온라인 게임의 대세는 MMORPG와 캐쥬얼 게임으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psp형의 컨트롤러로는 MMORPG를 플레이 하기에 무리가 많습니다. 쉽게 생각해 리니지나 디아블로를 콘솔로 플레이 한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크로스-플랫폼이 완벽하게 성공하여 PC의 게임이 그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마우스를 사용한 전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게임 설계 당시부터 충분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MMORPG가 아니면 역시 가능한 대안은 캐쥬얼 게임인데, 그럼 정말 카트라이더 전용 머신입니까?
위 문제들은 아이리버 게임기만의 특성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게임이 PC와 콘솔 양 쪽으로 동시 발매가 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입니다. 문제는, 절대 간단히 되지 않습니다.
6. "초기 아타리(Atari)사가 진행했던 지원 방식과 비슷한 개방형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
1977년 아타리 VCS가 출시 이후 2년간 맥을 못 추다가 갑자기 큰 성공을 거둔 배경은 '스페이스 인베이더Space Invader' 의 인기에 기인합니다. 이 일에서 교훈을 얻은 콘솔 개발사들은 새로운 콘솔 플랫폼과 함께 '동시 발매' 타이틀을 발매합니다. 아는 범위가 부족해서 모르고 있는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아이리버 게임기의 데브킷Dev-kit이 국내 게임 개발사들에 보급되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다.
7.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일 정도는 어렵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문제를 모두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정말로 카트라이더를 동발하고, 메이플 스토리를 위시한 캐쥬얼 게임들을 전부 컨버전하여 내어 놓는다면 국내 시장에서의 승산은 높습니다. 분명히 충분한 시장이 존재하고, 안정적 수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스펙이나 컨트롤러도 모두 충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에 '동반 수출' 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잘만 된다면 레인콤과 게임 제작사가 시너지 효과를 내며 함께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이 정도가 된다면 해외 유명 개발사들이 써드파티로 참가하고 싶다는 의견을 발표할 것입니다. 레인콤도 이러한 활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사에 나온 "레인콤은 향후 출시될 휴대용 게임기의 주 사용자 층을 전문 유저 보다는 대중 유저에 초점 맞추고 있다." 라는 문장이 이 추측에 힘을 실어줍니다.
그러나 언제나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일이 쉽게 되지는 않습니다. 캐쥬얼 게임의 주 대상인 초, 중, 고등학생에게 30만원은 큰 부담입니다. 게다가 같은 가격 또는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는 psp나 nds, micro gba라는 경쟁자들도 있습니다.
8. 레인콤이 플래쉬 메모리형 플레이어를 발표했을 때 정도의 기지를 발휘해주길 바랬습니다.
레인콤이 포터블 게임기의 개발을 발표하고, 스펙이 나온 지금까지도 예전만큼의 강한 느낌이 오지 않습니다. 레인콤이라면 적당한 물건을 만들어 낼 수는 있겠지만 그 물건으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폴리곤 처리 능력만 부각시킨다면 psp에 밀리고, 타 플랫폼과의 연동은 초보적인 레벨이지만 닌텐도에서 시도했었던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레인콤은 새로운 블루 오션을 개척하는 입장이 아니라 단순한 후발주자 중 한 명에 불과합니다.
스펙과 기사를 통해 전달되는 레인콤의 기세는 플래쉬 메모리형 플레이어를 만들 때의 패기가 아니라 당시 상황에 안주하고 호황세를 유지하려 애쓰던 하드형 플레이어 때와 더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현재의 레인콤은 플래쉬 메모리형 플레이어를 개발할 당시처럼 유연한 중소기업도 아니고, 모험을 걸만한 크기의 기업도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 레인콤의 상황은 혁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2005년 1분기 적자, 다시 2분기에 흑자로 전환이라지만 사실은 마케팅 비용의 감소가 큰 몫을 했습니다. [2분기에 집행해야 할 비용을 회계 처리하지 않고 3분기로 이월시켜 만들어 낸 의도된 흑자라는 의견도 있지만 관계 당사자가 아니면 모르는 부분이라 지지하지는 않습니다.]
9. 레인콤이 성공을 거두길 빕니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고, 실제로 생각하기에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언급한 것처럼 성공의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레인콤에 대한 이미지는 언제나 좋았습니다. 벤처로 시작해서 소비자의 의견을 잘 반영하고 발전을 꾀하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합니다. 제품들도 항상 업계 선도적 제품들이었는데 약간의 매너리즘에 사로잡히고 나서 위기가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 왔습니다. 포터블 게임기를 돌파구로 잡은 이상 하나의 소재에 매진해 세상을 놀라게 해 주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기원합니다. 다시 한 번 레인콤 제품에 의해 가슴이 설렐 수 있기를.
더하는 이야기.
글을 쓸 때에는 이글루스에서 비공개 설정을 활성화 시키고 중간에 저장을 해가며 작성합니다. 평상시와 같이 도입부를 쓰고 저장을 했는데 트랙백을 지우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그 덕택에 시간에 쫒겨 허겁지겁 작성하느라 구조는 엉성하고, 풀어 놓은 말은 너저분한데 정선되지 않은 글이 되었습니다. 중간에 점심 시간도 있고 해서 여러모로 지체된 점 이 자리를 빌어 다시 사과드립니다.
2005년 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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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에는 프리즘 스타일을 개발한 모습은 찾아 보기 힘들어져서 업계 신규 사업자인 애플의 아이팟에게 완전히 압도당하고 맙니다. 아이팟이 워낙 도미넌트한 물건이기도 하고, 레인콤의 대응이 다소 안이했다는 생각도 합니다.
2010/07/07 11:15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