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Veracious Information :: 블로고스피어의 타협적 엘리트주의Understanding Elitism On The Blogosphere

다분히 실험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넘치는 글입니다. 엘리트 이론을 응용하여 하나의 체계를 세울 수 있는 지적 능력도 없거니와 비전문가에 불과한 제 시각이 사실을 왜곡하거나 일각만을 조명할 수도 있습니다. 아닙니다. 일각만 조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지극히 비관적인 하나의 망상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 이글루스 사태 -- 사태란 단어를 사용함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의는 집어치우고 -- 를 통해 우리는 '이글루스'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께서 컨텐츠 생산 능력을 가진 1%의 블로거가 갖는 중요성에 못지 않게 '읽고 피드백하는 나머지 99% 블로거'를 강조하셨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그 1%와 99%의 관계를 엘리트 이론과 연관시켜 바라봅니다. 블로고스피어에 대해 한 번쯤 논의를 전개하고 싶었습니다.

엘리트 이론은 제 1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나치즘의 도래와 함께 주목받기 시작하였습니다. 국민들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정치체계가 현실적으로는 소수에 의한 지배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하면서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하여 다양한 이론적 접근이 시도되었습니다. 이 접근들이 고전적 엘리트 이론으로 자리잡았고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여러 접근들 가운데 가장 단순하고 근본적인 접근은 파레토Vilfredo Pareto에 의해 시도되었는데 파레토가 제시한 엘리트 개념이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엘리트상과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윤리와 가치 판단을 배제하고 전적으로 심리적, 비합리적 변수로 엘리트, 비엘리트를 구분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습니다.

사회의 각 영역에서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들

파레토는 마키아밸리Machiavelli의 '소수자 지배'의 관념을 계승하여 모든 사회는 엘리트elite와 비엘리트nonelite로 구성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도식이 고착된 것이라면 모든 사회는 이미 경직된 특권적 계급제도가 확립되어 있을 것이기에 강등demotion과 승진promotion이 결합된 순환론circulation을 주장하였습니다. 우리가 파레토의 이론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엘리트 순환론'입니다. 엘리트 순환은 구엘리트가 더 이상 엘리트 계층에 머무를 자격이 만료되었을 때 비엘리트로 강등당하고 그 자리를 비엘리트층의 우수 인재들이 승진하여 이루어집니다.

블로고스피어에서 말하는 '인기 블로거'의 생성 과정도 이와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집니다. 흔히 말하는 포스의 소유자들이 꾸준한 포스팅을 할 때 인지도가 쌓이게 되고 방문자가 늘어나면서 인기 블로거가 됩니다. [승진] 엘리트의 위치로 승진된 인기 블로거라도 일정 기간 이상 포스팅을 중단하게 되면 다시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서서히 잊혀가는 존재가 되고 허브로서의 자격을 상실합니다. [강등] 물론 순환론과는 달리 반드시 강등과 승진이 동시에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역시 같은 고전적 엘리트 이론가인 모스카Gaetano Mosca는 엘리트가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방식을 정치공식으로 규정하고 통용되는 사회 집단의 독특한 신념이나 가장 강력한 감정 또는 정치적 탁월성이 지켜지는 집단의 특수부분에 대한 신념과 감정을 기초로 한 공식이 엘리트 집단을 유지시키는 사회적 기반으로 작용한다고 말합니다. 곧 새로운 경향, 기술 및 이데올로기에 의해 새로운 엘리트 집단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이 새로운 엘리트 집단의 기반은 소속 사회에 따라 달라서 원시 사회에서는 물리적 힘과 호전성, 중세 사회에서는 종교적 상징의 조작에 대한 능력이 귀중한 가치가 되며 현대 지식 사회에서는 전문화된 지식이야말로 엘리트가 지위를 유지하는 가장 두드러진 기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기 블로거로 대변되는 블로고스피어의 엘리트 집단 -- 이하 엘리트 집단에 속하는 블로거는 엘리트 블로거로 부릅니다. -- 은 세분화, 전문화된 지식과 최신 정보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많은 블로거들이 계속해서 포스트를 작성할 수 있게 해주는 동기는 타인의 존경과 인정입니다. 이 동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오래되고 진부한 5단계 욕구설이나 ERG 이론까지 들먹거리지 않아도 존경받고 싶어하고 인정받길 원하는 사람의 특성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비록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그 시선을 즐깁니다. 실체로서 대면하지 않고 인터넷이라는 여과장치 혹은 매개체를 통할 수 있다면 조금 더 편안하고 안락한 마음으로 만족할 수도 있습니다.

엘리트 블로거들은 존경과 인정을 찾아 인터넷에 오지만 나머지 블로거들이 블로깅에 매진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이유를 지적 만족감intellectual satisfaction에서 찾습니다. 판단의 근거는 엘리트 블로거들이 지위를 유지하는 기반이 지식과 정보라는 사실입니다. 이 지적 만족감이라는 용어가 상당히 애매합니다. 지적 만족감을 느끼는 원인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지적 능력을 사용하는 데에서 만족감을 느끼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자신이 생산한 지적 소산을 타인이 사용하는 데에서 만족감을 찾기도 합니다. (후자의 만족감은 엘리트 블로거들의 블로깅하는 이유로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이유는 아래에서 상술하겠습니다.

이제부터 서술할 내용은 하나의 가설입니다. 반론은 환영합니다. 설령 가설이 깨어지더라도 불완전한 가설이 담론을 통해 사고가 단단해지고 오류가 수정되는 과정은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엘리트 블로거는 존경과 인정을 받고 다른 블로거들은 존경과 인정을 표하는 대신 지적 소산을 얻어간다.

우리는 엘리트 블로거가 존경과 인정을 받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가 지적 능력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지식'을 바라보는 한국 지식사회 대중들의 시선은 지극히 이론 중심적이고 인문사회과학 지향적입니다. 이는 조선시대의 이론 중심적 세계관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결과로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소유한 지식의 양이 사람의 인격과 사회적 신분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 하였습니다. 곧 제재에 관련된 지식의 결여으로 인한 인문사회과학적 담론공간에서의 소외는 인격 혹은 신분을 격하시킬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으며 사회적 무시 대상으로까지 전락할 수 있습니다.

현대이론은 과거에 비해 복잡하고 광범위합니다. 그만큼 담론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소재 범위가 넓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담론공간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몸부림은 모든 현대이론들을 섭렵하려는 욕구로 이어지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분량의 이론에 좌절한 개인은 한 주제에 대한 깊은 고찰대신 잘 정제된 요약의 추구로 이어집니다.

한국의 사회 구성원들 일부가 구성하고 있는 블로고스피어를 고찰함에 있어 구성원이 속해있다는 이유로 한국 지식 사회의 일반적 특성을 적용시키는 일은 오류가 발생할 수 있으나 작은 차이가 유의미한 중심 줄기를 훼손하지 않습니다. 곧 블로고스피어에서 지식을 갈구하는 대중들은 한국 지식사회 대중들과 여러 행동양식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봅니다.

통속적으로 "돈이 될 수 있는 컨텐츠"로 평가받는 포스트들은 잘 정제된 요약들과 지식담론들이 많습니다. 요약을 통해 부족한 지식을 섭렵하고 담론의 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대신 살짝 발을 담그는 행위를 통해 남에게 뒤쳐지지는 않는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전체주의 경향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남과 보조를 맞추는 행위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엘리트 블로거들은 지속적인 존경과 지지를 유도하기 위해 이들의 소극적 참여를 인정합니다. 이러한 인정은 자신도 지적 공간의 구성원이라는 자기 만족의 바탕이 됩니다. 만족감은 다시 지적 허영으로 표출되어 엘리트 블로거들의 탁월성은 인정하되 자신은 엘리트 블로거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 계층이라는 착각에 빠질 수 있습니다.

블로고스피어의 모델은 피라밋 구조가 아닌 네트워크 구조를 취하며 신다원주의Neopluralism적 특성을 많이 띄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엄연히 존재하는 엘리트 블로거들의 존재와 다른 블로거들의 미묘한 관계는 신다원주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어찌보면 공생관계와 비슷한 이 현상을 설익은 지식으로나마 타협적 엘리트주의Understanding Elitism라고 명명해 보았습니다 (이러한 포스트를 작성하고 있는 저 역시 지적 허영에 빠져있을 수도 있습니다).

타협적 엘리트주의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닙니다. 어떠한 방식이라도 인문사회과학에 대한 관심 자체가 미비한 것이 현 실정이기 때문에 요약을 섭렵하는 수준이라도 다양한 분야를 살펴보는 일은 학문을 접하는 초년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작업입니다. 지적 허영으로 인해 요약만을 추구하던 중 학문에 대한 배고픔을 느껴 하나의 화두로 깊게 침잠할 수도 있습니다.


더하는 이야기.

제목을 블로고스피어를 통한 타협적 엘리트주의Understanding Elitism Over The Blogosphere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고민을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제목을 붙일 경우 담론의 범위가 한국 사회 전체로 확장될 수 있고 기존 지식사회와 인터넷의 결합이 어떤 양상을 보이는 가에 대한 고찰까지 함께 진행되어야하므로 블로고스피어의 타협적 엘리트주의Understanding Elitism On The Blogosphere로 붙입니다.

2006년 3월 22일
2006/03/22 00:00 2006/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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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자그니의 생각

    Tracked from zagni's me2DAY 2008/09/15 13:29  삭제

    블로고스피어의 타협적 엘리트주의 - 엘리트 이론(?)을 응용한 블로고스피어에 대한 해설.

  2. Subject: Ephedra.

    Tracked from Buy online yellow jackets with ephedra. 2009/01/08 13:22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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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irect bulk email marketing 2008/03/14 0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주 재미있는 지점. 감사.

  2. girls with camel toes 2008/03/14 03: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위치는 그것 찾아본 즐겼다!

  3. miri courageuse 2008/12/09 20: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험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인터넷을 방황하던 중 발견한 포스트입니다. 잘 읽고 생각의 여지를 담아가면서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