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Veracious Information :: SK, 이글루스 인수

※ 요새 이상한 업무를 맡게 되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자신이 거주하는 공간에 대한 고찰이라면 촌음이라도 지체하지 않아야 하는 일이지만 늦게 작성하게 된 점 사과드립니다. 그 동안의 포스트들은 기업 입장에서 고찰하는 경향이 강한 편이었지만 이번 포스팅만큼은 철저히 사용자 입장에서 접근할 생각입니다.

1. SK, 이글루스를 인수하다

넷츠고가 SK Communications에 인수되었던 날. 그 날 이후로 경험하는 비슷한 느낌의 충격입니다. 부천SK의 연고이전부터 시작하여 가지가지로 사람을 놀래키는 재주를 가진 기업입니다. 관련 내용은 수많은 블로거들에 의해 다루어진 내용이니 굳이 저까지 주렁주렁 달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2. 타 서비스에 비하여 이글루스가 가지고 있는 비교 우위

이글루스는 사용자 친화적인 구성과 스킨, 서비스 제공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리고 -- 무엇보다도 -- '일상 생활에서 생기는 감정의 패스트푸드적 토로'를 넘어선 '스치듯 지나가는 삶의 한 조각 편린에서 얻을 수 있는 상념에 대한 담론'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이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그 덕택에 이글루스는 다른 블로그들이 확보하지 못한 유니크 컨텐츠를 다량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xpert로 시도되었던 전문가 지식 검색 서비스'에서도 구축하지 못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남긴 생생한 현장 체험, 그리고 체험에서 얻어진 생각들. 자칫 지나치기 쉬운 일상 생활의 감상을 섬세하게 잡아낸 수필들. 다들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한 소재거리입니다. 가히 '무한한 읽을거리의 보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온넷의 속내?

길게 쓸 필요도 없습니다. '수익도 없고 돈 먹는 하마를 잘 처리했다.' 정도면 적절할 듯 싶습니다. 사실 여러가지 일들이 있고 알고 보면 장고와 협상 끝에 나온 결과이지만, 그래도 '수익도 없고 돈 먹는 하마를 잘 처리했다.' 정도면 적절할 듯 싶습니다.


4. SK Communications의 과거 만행들


<2003년 5월 29일 싸이월드 메인화면>

넷츠고에 앞서 싸이월드를 살펴봅시다. 싸이월드도 처음에는 지금과 같은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현재의 이글루스처럼 정말 좋은 분, 좋은 이야기만 있는 따뜻한 동네였습니다. 광고 글 같은 것 찾아볼 수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물론 스킨이나 배경음악도 많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이글루스를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2003년 11월 28일 싸이월드 메인화면>

SK Communications가 2003년 5월에 싸이월드를 인수하고 현재의 모습으로 망가지는데 6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기존 사용자와의 대화나 발전 방안 모색은 없었습니다. 없었다는 말에 완벽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무리가 없습니다. 인수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싸이월드와 직접 협상하던 SK Communications는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협상을 중단하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협상여부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IMM창업투자에 70억원을 받고 회사를 넘기기로 했다는 발표가 났다는 것입니다. 이 일이 바로 2003년 3월에 있었던 일입니다. 채 3개월도 되지 않은 6월 2일, SK Communications는 싸이월드의 인수를 공시합니다.

그래도 싸이월드는 서비스가 그대로 유지되어 있으니 기존 사용자들이 입은 피해는 넷츠고 사용자들에 비해 비교적 미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SK Communications의 만행은 넷츠고때가 절정이었습니다. 인수 과정 역시 기구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1997년 SK텔레콤에서 출발한 'PC통신 넷츠고'는 2000년 자본금 520억, SK텔레콤이 100% 지분을 소유한 '주식회사 넷츠고'로 분사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2002년에 네이트로 흡수통합시켰습니다.

2002년 2월 28일 넷츠고는 모 기업인 SK텔레콤이 새롭게 출범시키는 포털 사이트인 '네이트'와의 합병을 공식천명하고, "3월 31일자로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사이트 폐쇄 공지를 발표하였습니다. 그 후 넷츠고는 가입자들의 빗발치는 항의를 묵살한 채 서비스 중단을 향한 제반 조치를 강행하였고 결국 230만 사용자들의 터전은 허공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서비스 종료 예정일 한 달전에 공지한 것 역시 기본 개념의 문제이지만 공지 1주일 전에 사이트 폐쇄가 용이하도록 사용자와 사전 협약 없이 일방적으로 이용약관을 변경한 일은 확실한 절차상의 문제입니다.

약관법에 따르면 사업자는 사용자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하여 약관의 중요 내용에 대해 설명을 할 것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약관의 중요한 변경 사항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약관 변경을 일방적으로 관철한 SK Communications의 행동은 지탄받아야 마땅합니다. 변경된 약관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서비스의 변질 및 중단에 대하여 회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네이트와의 합병과정에서도 여러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폐지를 공지하던 당일 넷츠고 측의 공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네이트 닷컴' 회원으로 가입하면, 6월 30일까지 메일서비스를 유지할 방침입니다. 또한 마이홈, 주소록, 동호회 등의 이용자는 '네이트 닷컴'에 가입을 할 경우에만, 각 서비스별 기준원칙에 따라 이관지원을 할 예정입니다.

넷츠고 사용자가 최소한의 권리 보전을 받기 위해 네이트에 가입해야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이관 역시 제대로 되었을리가 없습니다. 결국 230만명의 회원이 구축한 사이버 스페이스가 깔끔하게 공중분해 되었습니다.


5. 이글루스의 블로거들이 생산한 정보를 '컨텐츠'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포스트들이 가진 컨텐츠의 가치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네이트 톡보다 가치 있는 '읽을거리'정도의 대우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글루스의 포스트들에서는 정제된 정보와 잘 분류된 내용들에서는 얻을 수 없는 다른 '공감'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인터넷 사용자들의 대부분에게는 정제된 정보나 잘 분류된 내용들보다는 이 '공감'이 중요합니다. '공감'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신다면, 디씨인사이드와 웃긴대학, 네이버 붐, 네이트 톡 등의 유사 서비스들에 담긴 내용들도 모두 컨텐츠가 아닙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 컨텐츠는 지나치게 양극화 되어있습니다. 컨텐츠 수준의 양극화는 비단 인터넷의 문제로만 볼 수가 없습니다. 1970, 80년대의 문학과 지금의 문학을 비교해보십시오. 당시의 문학은 대중 문학과 순수 문학의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대중 입장에서 순수 문학은 저 높은 천상의 문학이 되어버렸고, 문인들의 입장에서 대중 문학은 '쓰레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상 현상으로까지 표현될 수 있는 '영화를 향한 대중의 시선'을 제외하면 다른 분야의 문화들은 심각한 수준의 양극화가 진행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양 극단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컨텐츠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글루스가 SK Communications에 제공할 수많은 포스트들은 이 중간을 채워줄 수 있는 컨텐츠들입니다. 이글루스의 컨텐츠들이 가치가 없다는 분들께 여쭙겠습니다. 여러분 주변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검색하는 '실시간 인기검색어'로 검색된 내용들이 대부분 어디에 있습니까? 또한 네이버에서 전문자료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유용한 정보를 얻기 위해 검색하면 그 내용들이 대부분 어디에 있습니까? 네이버가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지식인과 블로그 서비스를 통한 컨텐츠 확보에 신경쓰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가치가 없는 포스트라면 네이버가 엠파스의 '열린검색'에 항의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네이버 카페/블로그 검색에서 신변잡기적이고 단순한 감정의 토로에 지나지 않는다고 무시당하는 이글루스의 포스트들보다 더 나은 내용을 찾으실 수 있었습니까?

이 컨텐츠들은 SK Communications에게 보험의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라인업을 갖추는 것은 '포털'이라는 단어를 표방하는 사이트에게 독이 되지는 않습니다. '겨우 15억'이라는 비용으로 드는 보험이라면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혹시 web 2.0 시대를 맞아 블로그 서비스가 활성화 된다면 대박입니다.


6. 향후 전망

넷츠고로 강한 비판에 시달린 SK Commnunications는 싸이월드를 인수하면서 기본 틀은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였습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이글루스 자체에 손을 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모습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익 모델도 서비스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글루스 운영진의 발표도 그렇고, SK Communications 역시 보험의 성격이 강한 컨텐츠 제공 이상의 것을 바라지 않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넷츠고, 라이코스, 싸이월드를 차례로 망친 SK Communications 이기에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부디 사용자의 권익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잘 진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06년 3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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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9 00:00 2006/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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